[칼럼] “왜 그러는데?” 라는 물음에 대해

노익희 기자 | 기사입력 2021/02/26 [14:58]

[칼럼] “왜 그러는데?” 라는 물음에 대해

노익희 기자 | 입력 : 2021/02/26 [14:58]

▲ 정형은 (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주주의는 사람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기에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며 갈등이 많아지기 쉽다. 개인과 개인의 갈등에서부터 국가 간 갈등까지 참으로 다양한 갈등이 일어나 어쩌면 사회가 갈등의 용광로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공분야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해야 국민들의 피로감을 줄이고 서로 상생하는 원만한 해결에 이를 수 있을까.

 

흔히 갈등이 일어날 때 사람들은 얼른 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기 쉽다. 그러나 해결방안을 찾기 이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갈등 당사자들이 왜 그러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갈등 해결의 지혜』(강영진 지음)라는 책에서 제시한 한 사례는 극심한 국가 간 분쟁도 이렇게 해결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상 깊은 내용을 담고 있다.

 

시나이반도는 이집트 동쪽에 수에즈 운하와 홍해를 끼고 있는 사막지대다. 원래 이집트 영토였는데 19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기습 점령하면서 이집트는 두 차례 큰 전쟁을 치렀으나 모두 패배했다. 10년간 두 나라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두 나라 뒤에는 소련과 미국이 버티고 있어, 3차 세계대전마저 우려되는 화약고와도 같았다. 이에 1978년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나서서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 베긴 총리 일행을 워싱턴에서 중재하면서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도록 강권했다.

 

그러나 양쪽 모두 단호하게 거부해 유례없이 12일간이나 진행된 정상회담이 참담한 실패로 끝나가고 있었다. 회담 막바지에 포기하고 각자 돌아갈 채비를 할 무렵, 카터 대통령의 참모가 이야기 끝에 푸념조로 말했다. “시나이반도는 순전히 모래땅인데 당신들이 왜 그렇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국운을 걸고 전쟁을 치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왜 그런지 이야기나 들어보자.”

 

그러자 이집트는 파라오 시대부터 자신들의 영토였던 곳이므로 국민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며, 이스라엘은 시나이반도가 이집트 수중에 있으면 이스라엘 국경과 맞닿아 언제 이집트가 기습 공격할지 모르므로 안보 문제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두 나라의 진정한 관심사가 이집트는 영토회복, 이스라엘은 안보라는 게 드러나자 해결방안은 어렵잖게 만들어졌다.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돌려주는 대신 양국 국경의 인접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두 나라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상호 인정 등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 덕에 사다트와 베긴 두 정상은 그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왜 그러는데?”라고 하는 물음이 결국 상생의 해결방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왜?’를 알지 못하고 서둘러 해결하려고 한다면 첫 단추가 잘못 꿰어져 엉뚱한 결말이 나올 수 있다. 배가 아픈데 가슴을 치료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개인 간의 관계에서 생겨난 갈등 역시 상대방이 바라는 진정한 욕구와 이유를 알게 된다면 대화는 상생의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언론에서도 어떤 사안을 다룰 때 선정적인 현상 보도만 되풀이해서 보여주지 말고, 양쪽의 입장을 심도 있게 들여다보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차분한 심층 보도와 진단을 할 때라야 가짜뉴스와 여론재판 등이 줄어들고 진정한 갈등 해결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 글 정형은 (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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