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100뉴스= 노익희 기자] 전국의 교사 중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고 답변한 비율이 19.7%로 조사됐다. 사상 첫 10%대 추락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이 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13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13일 발표하며 ‘현재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답변도 역대 최저인 21.0%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교총은 “교직에 대한 인식이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교원들이 긍지, 사명, 열정을 잃어가고 있다”며 “회복할 수 없는 단계가 되기 전에 특단의 교권 보호 법·제도를 마련하고 행정업무 폐지·이관 등 근무 여건 및 처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2년 첫 설문에서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응답은 36.7%였으며 2015년 40.9%, 2016년 52.6%로 정점을 찍었다가 2019년 39.2%, 2022년 29.9%, 2023년 20.0%로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한지’에 대해서도 2006년 첫 설문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67.8%를 기록한 이래 총 13번의 설문을 통틀어 올해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교총은 “교권5법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학부모 등에 의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 민원이 이어지고 있고 갈수록 학교 안전사고, 현장체험학습, 교실 몰래 녹음 문제가 가중되면서 교직이 ‘극한직업’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비본질적이고 과도한 행정업무, 교육공무직과의 갈등 심화, 실질임금 삭감, 공무원 연금 개편 논란까지 겹치면서 교심 이반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교직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서는 ‘문제행동, 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31.7%)’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4.0%)’,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행정업무?잡무(22.4%)’를 주요하게 꼽았다.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된 교권5법에 대해 현장의 체감도는 아직 낮았다. 교권5법 개정?시행 후 ‘교육활동 보호에 대해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는 응답이 67.5%로 높았다. ‘이전보다 보호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5.9%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전보다 보호받고 있다’는 응답이 26.6%로 적지 않았다.
교총은 “교권5법과 여러 제도가 시행 초기여서 안착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부분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교권5법 시행 후 학부모 등의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이 줄었다는 응답이 37.7%, 학생의 교권 침해가 줄었다는 응답도 32.9%로 나타났다.
교총은 “아직 교권 보호의 변화를 크게 못 느끼고, 학부모?학생의 교권 침해가 만연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부, 국회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실질적인 교권 보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대해 ▲악성 민원 대응시스템 마련 ▲학생 분리 공간·인력 확보 등 학교 지원 강화를 요구하고 국회에 대해서는 ▲아동복지법(모호한 정서학대 기준 마련 및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학대 면책 명시) ▲교원지위법(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악성 민원에 대해 무고, 업무방해 등 처벌 강화) 개정 등 후속 입법을 촉구했다.
최근 현장 교원들의 거부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 학교 현장체험학습은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2.0%로 절반을 넘었다. 교사 보호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4.6%에 그쳤다.
또 학교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한 학부모 민원, 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답변은 93.4%, 실제로 민원, 고소·고발을 겪거나 학교 또는 동료 교원이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9%나 됐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학교 안전사고 시 교원의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99.5%가 답했다.
교총은 “최근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솔 교사들이 형사재판까지 받게 됐다”며 “러시안룰렛 같은 불의의 안전사고에 대해 무한 책임만을 강요받는 현실에 교원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총은 학교안전법 개정을 제22대 총선 공약과제와 2024년 교권 핵심 정책으로 이미 제안한 바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조속히 학교안전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교실 몰래 녹음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학부모, 학생의 몰래 녹음에 대해 걱정된다는 응답이 93.0%에 달했다. 학생, 학부모의 몰래 녹음을 경험한 적 있거나 재직 학교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응답도 26.9%에 달했다. 심지어 몰래 녹음 방지기기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는 교원이 62.7%나 됐다.
교총은 “성능도 확인 안 된 기기까지 구입하려고 할 만큼 현장 교원들은 매일이 두렵고 절박하다”면서 “정부는 몰래 녹음 근절방안을 마련하고, 법원은 몰래 녹음을 예외 없이 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야권과 서울교육감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학생인권법에 대해서는 반대가 79.1%로 압도했다. 찬성은 20.9%에 그쳤다.
교총은 “지난해 교총이 교원 3만292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추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84.1%에 달했다”며 “과도하게 권리만 부각한 학생인권조례를 법률로 고착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 추진부터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수업방해, 문제행동 등 교권침해 학생을 분리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18.6%로 나타났다. 이 중 26.6%는 학생 분리 조치로 학부모 민원 등이 제기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 늘봄학교 운영(미운영교는 방과후활동, 돌봄 운영) 시 가장 큰 어려움에 대해서는 학생 안전 등 학교 관리 책임 부담(28.0%), 교원의 늘봄 업무 배제 불가(27.4%)를 주요하게 들었다.
'교육을 교육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만들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적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교원의 교육활동 및 생활지도 보장?보호 강화(39.2%) ▲교육활동과 무관한 교원의 비본질적 행정업무 이관·폐지(24.1%)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 ▲정규 교원 확충(11.9%) ▲학교·교원에 대한 존중 문화 확산(11.2%) 순으로 나타났다. 교원의 정치 기본권 확대는 4.0%, 디지털 수업 전문성 향상은 0.4%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여난실 회장직무대행은 “정책 전환과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사회가 함께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