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100뉴스= 노익희 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직무대행 여난실)와 강원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배성제), 교총 2030청년위원회(위원장 이승오)가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강원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와 관련해 오는 28일 2차 공판을 앞둔 인솔 교사에 대해 선처를 요청했다.
강원 A초는 지난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도중 운전기사의 버스 운행 부주의로 학생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인솔 교사 2명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춘천지방법원에서 지난달 19일 첫 공판이 열린 데 이어 28일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한국교총 등은 공동 성명에서 “먼저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학생을 추모하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또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은 하루하루를 죄책감 속에서 지내왔다”며 “누구보다 교육 열정과 제자 사랑이 남달랐던 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리지는 않으실지 두렵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선생님들에 대한 기소와 재판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육계가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거나 취소하고 있으며 그 결과 경기도의 한 초등교에서는 교사를 아동학대 신고하겠다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장체험학습이 지속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학생과 인솔 교사의 안전 그리고 보호에 있다”며 “아무리 철저히 교육하고 대비해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해 오롯이 교원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서 체험학습은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수사기관, 학부모, 법원에 대해 “제2, 제3의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먼저 정부와 국회에는 “교원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현장체험학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시 교원에게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수사기관에는 “재판을 받는 교원은 심신의 큰 고통을 겪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되며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면서 “사고 결과에 치중해 교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무리한 기소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에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교사의 희생에만 의지한 채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는 없다”며 “현장체험학습 결정 과정에서 교원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 반영해 주고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법원에는 “단지 현장체험학습 인솔자라는 이유로 기소된 교사들의 억울함을 살펴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재판부가 교육현장의 걱정과 불안을 조기에 종식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 잡아 사법 정의를 세워달라”고 호소했다.
한국교총 등은 “교사 보호에 미흡한 법령과 제도 개선은 물론 법정에 선 두 분의 선생님이 온전히 교실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교총-강원교총-교총 2030청년위원회는 1차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달 18일에도 춘천지방법원에 무죄 판결 호소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편 교총이 올해 제43회 스승의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2.0%로 절반을 넘었다. 교사 보호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4.6%에 그쳤다.
또한 학교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한 학부모 민원, 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답변은 93.4%, 실제로 민원, 고소‧고발을 겪거나 학교 또는 동료 교원이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31.9%나 됐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 학교 안전사고 시 교원의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99.5%가 답변했다.
다음은 한국교총-강원교총-교총 2030청년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성명서 전문이다.
[공동성명서]
교사가 재판정이 아닌 교실에 서게 해주십시오!
먼저 지난 2022년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진 학생을 추모하며, 유가족에게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강원 A초 선생님들은 하루하루를 죄책감 속에서 지내왔습니다. 사고 이후 해당 학교와 선생님 모두는 매일 교육활동 중 학생 건강과 안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고 더 나은 교육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정한 규정 이상의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학생 안전지도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 없었던 사고에 대해 검찰이 체험학습 인솔 선생님들을 기소해 이제는 학생 교육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교총과 전국의 선생님들은 교육 열정과 제자 사랑이 남달랐던 두 분의 선생님이 더 힘들어하시면서 교육과 사랑하는 아이들에 대한 희망을 놓아버리지는 않으실지 두렵기만 합니다. 그렇기에 교총은 전국 50만 교원의 간절한 바람을 담아 첫 공판일인 지난달 18일, 선생님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춘천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기소와 첫 재판 사실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교육계가 우려하던 일들이 하나둘씩 현실화되고 우리 교육의 미래에는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무엇보다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수사 관행과 법적 보호 체계 부족으로 교육현장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거나 취소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경기도의 한 초교에서는 체험학습 강행을 요구하는 학부모와의 갈등을 넘어 교사를 직무유기와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학생에게 교과 수업 외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적성과 진로를 탐색하는 체험학습은 매우 큰 교육적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체험학습이 그 교육목적을 다하고 지속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학생은 물론 인솔교사의 안전과 보호입니다. 철저히 교육하고 대비하더라도 안타까운 사고는 발생하는데 현재 그 책임을 학교와 교원이 오롯이 져야하는 상황에서 체험학습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드러난 문제들을 더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제2, 제3의 피해사례가 발생하지 않게 우리 모두 함께 행동하고 바꿔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는 신속하게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안전사고 발생 시 교원의 중과실이나 고의성이 없는 경우에는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법안 개정에 나서주십시오.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총이 실시한 전국 교원 설문조사 결과 ‘현장체험학습 사고 민원, 고소·고발 걱정된다’는 응답이 93.4%, ‘실제로 민원,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응답은 31.9%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법과 제도를 즉각 개선해 교육현장을 지원해야 합니다.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협상을 교육청에서 나서주십시오, 이러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체험학습 제도는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사고 결과에 치중해 교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무리한 기소를 자제해 주십시오. 비록 재판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교사 개인은 심신의 큰 고통을 겪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없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전국의 모든 학교는 교사를 보호할 수 없는 현장체험학습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결국 그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학부모는 학교와 선생님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주십시오. 올바른 교육은 교육공동체 간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협조 속에서 이뤄집니다. 학교의 모든 교육활동은 사랑하는 제자들의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도, 심지어 교사도 안전하지 않고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교사의 희생에만 의지한 채 교육활동을 진행할 수 없습니다. 현장체험학습 결정 과정에서 교원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반영해 주실 것과 비난보다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선택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법원은 단지 현장체험학습 인솔자라는 이유로 기소된 교사들의 억울함을 살펴 선처해 주십시오. 재판부가 교육현장의 걱정과 불안을 조기에 종식하고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 잡아 사법 정의를 세워 주십시오.
교총은 교사 보호에 미흡한 법령과 제도 개선은 물론 법정에 선 두 분의 선생님이 온전히 교실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24년 5월 27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강원특별자치도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2030청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