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칼럼] "빵을 사다 줘"

노웅희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0/09/21 [10:12]

[임우택 칼럼] "빵을 사다 줘"

노웅희 대표기자 | 입력 : 2020/09/21 [10:12]

 

▲ 교육운동가 임우택(퇴직교사)     ©

- 팔불출


주일 저녁이다. 둘째 아들 정민이가 판교로 가기 전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할머니방에 들어간다. "할머니 회사에 다녀올께요. 잘 지내세요."   "응 그래,  빵을 좀 사다 줘"

" 빵을요?"

" 응"

"네! 알겠어요."

 

나는 빵을 드시고 싶다는 어머니의 뜻밖의 요구에 놀란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분이 밀가루로 된 빵을 먹고 싶다고 하니 말이다. 정민이는 벌떡 일어나 롯데마트로 내려간다. 할머니께 드릴 빵을 사러 마트 베이커리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카스테라 빵을 사가지고 왔다.

 

둘째 정민이는 매주 토요일 집에 왔다가 주일 저녁이 되면 판교로 돌아가기 전,  집 아래 있는 롯데마트에 간다. 식구들이 먹을 음식을 장만해 주고  가는 것이다. 킹크랩을 사오기도 하고 전복을 사오기도 한다. 낙지를 사오기도 하고 먹음직한 돼지고기 목살을 사오기도 한다.

 

빵도 사 오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사 오기도 한다. 건강에는 오리고기가 좋다며 생오리를 떠서 매운탕으로도 먹을 수 있게 뼈와 함께 가지고 온다. 값이 비싸서 엄마가 좀처럼 사오기를 꺼려 하는 것들을 아들은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사온다.

 

지난주에는 할머니를 위해 건강을 위한 음료인 포도즙을 택배로 신청해놓고 갔다. 다음날 문앞에 보니 포도즙 두 박스와  뉴트리 프로팅 한 통이 스트로플 상자로 와 있다. 프로팅은 노인 건강을 위한 식물성 단백질이라고 한다. 그 전 주에는 틈틈이 할머니께서 드시라고 베지밀 한 박스를 사 놓고 갔다. 엄마는 돈을 쓰지 말라고 말한다.

 

결혼 준비도 하려면 목돈을 준비해야 하니 돈을 아끼라는 말이다. 그러면 아니라고 대답한다. 자기는 매월 저금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생활 비용이 부족할 것이니 돈을 쓰지 말라 해도 회사에 다니며 돈 쓸 일이 없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나는 쓰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데 아내는 아들이 필요할 때가 있을까봐 만류를 한다.

 

직장에서 삼시 세끼를 해결해 준다니 참 다행한 일이다. 식사도 5성급 호텔 뷔페 수준으로 건강식을 할 수 있다니 그 또한 참으로 잘 된 일이다. 한 달에 한 번은 가족을 위한 씨크릿 음식이라고 쇠고기 스테이크와 스프, 냉면과 반찬을 가지고 온다. 가족들을 위해 별식을 만들어 보내 주는 것이다. 물론 비용은 아들이 지출하는 것인데 시중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비용이다. 쇠고기를 먹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평생 이렇게 좋은 비프 스테이크를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아들 덕분에 먹는 것이 여간 행복한 게 아니다. 아내도 아들이 가져온 음식을 정성을 다해 만들어서는 할머니께 드린다. 지금은 할머니가 음식을 평소 식단처럼 들지 못하고 갈아서 스프로 만들어 드시지만 전에는 무척 맛있게 드셨으니 그 또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자가 가지고 온 음식을 먹는 기쁨이란 결코 작은 기쁨이 아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빵을 사다 줘, 하고 말을 하니까, 네 하고 일어나 빵을 사러 나가는 손자의 마음을 나는 읽어본다. 효도를 하는 것은 가장 행복한 일들 중의 하나이다. 그럴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이다. 아들이 대견하게 느껴진다. 효도를 하는 것은 스스로 복을 받는 일인 것이다. 나는 우리 식구와 친척의 자녀들이 이런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 행복은 천국에서 누리는 행복보다 조금도 모자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카스테라 빵을 잘게 나누어 우유에 찍어서 입에 넣어드리니 어머니는 맛있게 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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