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수현의 비망록 Ⅷ 1977. 06.05

노웅희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0/10/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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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수현의 일기
해병 수현의 비망록 Ⅷ 197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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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10/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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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수현의 비망록 Ⅷ  1977. 06.05

연대 본부에 배치될 거라는 어제의 말과는 달리 오늘 대대로 이동하란다. 아니 연대본부에서 잠까지 재워놓고 이건 무슨 소리란 말이냐? 선임 왈 어째 이상하단다. 자기들도 연대본부에 배치된다고 들었었는데 하며 위로한다. 같은 연대에 배속된 동기들 대부분이 옆 대대로 이동하고, 나는 3명의 동기와 함께 이동하였다.

 

대대에서는 군소리없이 중대로 배치시킨다. 으아! 말단 소총 중대다. 그야말로 박박긴다고 했는데... 그나마 한 동기와 같은 중대에 배치되어 다행이다. 동기 한 명은 혼자 옆 중대로 갔는데 잘 지내려나? 눈짓으로만 작별인사하고 중대로 갔다. 으아 그나마 다행이다. 중대에서는 본부소대로 가란다.

 

자대 배치 첫날! 여기도 선임들이 억수로 잘해준다. 선임들이 청소를 하길래 빗자루 들고 청소를 하는데 고참병이 들어오더니 신병 청소시킨다고 선임들을 혼낸다. 가만히 앉아 있으란다. 그래도 그냥 청소하려하니 자기들 죽일 일 있냐면서 제발 그냥 앉아 있으란다. ! 자대가 좋구나. 자대 배치가면 첫날부터 뺑뺑이 돈다고 들었는데 그게 아니다. 군대 생활을 편히 하려나 하는 생각에 으쓱해진다. 저녁 먹고 자유시간에 보급 창고로 오란다. 갔더니 캔에다가 소주를 따라주면서 마시란다. 으아 몇 달만에 맛보는 소주냐? 주는대로 받아 마셨다. 3캔을 마셨으니 소주 4병 반이다. 그걸 불과 몇 분 만에 마셨다.

 

순검 15분전 소리가 들리니 소대로 가서 순검준비하란다. 그런데 소대로 걸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무 생각이 안난다. 빈속에 소주를 그것도 석달만에, 짧은 시간에 뽀빠이 한 조각을 안주로 들이켰으니 제 정신일 수 없다. 오바이트하고, 소리 지르고 내가 미쳤다.

그런데 선임들이 달래기만하고 잠자리로 이끈다. 아주 잘 잤다. 근무도 안 섰다. 아침에는 늦잠자는데 깨우지도 않았다. 아 정말 자대 좋다.

 

그런데 한 10시쯤 느즈막히 일어나니 선임하나가 툭툭 치더니 보급창고로 오란다. 해장술을 주려나 하는 기대로 보급창고로 갔다. 그런데 웬걸 호된 신고식이 시작되었다. 중대 선임 전원이 와서 3대씩 패고 간다. 선임 놈들은 투덜댄다. 겨우 3대밖에 못 때린다고... 야 이놈들아 니들 개인은 3대지만 나는 500대도 더 맞는거다. 아침 10시부터 시작해서 새벽 4시까지 맞았다. 내가 깽판 치는 통에 함께 매를 온몸으로 맞았던 동기와 함께 기나긴 하루를 보냈다.

 

경찰놈들한테 끌려가서 맞은 것은 맞은 것도 아니었다. 이러니 경찰놈들이 군대갈래? 깜빵갈래? 선택하게 하고, 해병대로 보냈다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차 잘못하면 큰일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 4시까지 맞고 동기는 병원으로 이송되고, 나는 5시에 기상했다.

구두 닦고, 청소하고, 아침 점호에 나갔다. 아침부터 달린다. 해병은 아침 달리기가 기본이란다. 숨이 턱에 찬다. 점호 끝나자 마자 배식이다. 밥을 먹고나니 선임들이 전부 식기를 들이민다. 쫄병 생활 시작이다. 식기 닦고, 청소하고, 훈련나가고, 야간 근무서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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