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수현의 비망록 Ⅹ 1977. 8.31

노웅희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0/10/10 [11:25]

해병 수현의 비망록 Ⅹ 1977. 8.31

노웅희 대표기자 | 입력 : 2020/10/10 [11:25]

 

▲ 해병대훈련모습     ©노익희 기자

 

해병 수현의 비망록 1977. 8.31

 

격훈련을 마치고 귀대한 일요일 아침부터 밀린 빨래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선임놈들은 빨래를 온통 나에게 맡긴다. 에라 모르겠다. 물에 담궜다가 털기만 하고 그냥 말렸다. 물리적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동기와 둘이서 말도 못하고 눈짓으로만 서로 위로했다.

 

빨래하고, 밥먹고, 식기닦고, 청소하고, 순검준비하는데 내일 월요일부터 IBS 훈련이란다. 이건 뭔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1추자 기초 전투수영 기초, 2주차 심전 전투수영, 3주차 페더링 기초, 4주차 실전 페더링 이란다.

 

8월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그나마 물속에 들어가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도구 앞바다로 행군했다. 행군도중 군가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노래 위주다.

 

인천의 성냥공장 성냥공장 아가씨, 낱곽이 한곽두곽 열두곽, 치마밑에 감추고서 정문을 나설 때 치마밑에 불이 붙어 000이 다탔네. 인천의 성냥공장 아가씨는 000, 000’

 

전투 수영복을 입고 물 속에 들어갈 생각을 하니 그나마 힘이 났다. 그런데 웬걸 첫날부터 기대는 산산조각이다. 아니 전투수영이라며 교관놈들은 물속에 들어가라는 소리는 생전 하지 않는다. 대신에 모래를 쌓아 놓고, 개구리 수영 자세로 수영하란다. 그러다가는 pt체조시키고, 꼴아박아 시키고, 다시 개구리 수영자세. 며칠을 뙤약볕아래에서 하고 나니 등짝이 다 벗겨졌다. 똑바로 누워 자지를 못했다. 동기와 몰래 서로 안티프라민 바르며 위로하고, 또 위로하고....

 

2주차가 되니 물 속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전에 모래위에서 구보시킨다. 발은 푹푹 빠지고, 모래는 뜨겁고, 숨은 헉헉 찬다. 그런데 훈련 참 고약하다. 물 속에 잠시 있다가 나와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이건 물 속에 1시간이건, 2시간이건 쳐박아논다. 수색대원들은 모터보트 타고 위협을 가하고... 나보다 먼저 입대했는지 중학교 동창 하낙 모터보트에 탄 걸 보았다. 반가움에 손을 들어 이름을 불렀더니 갑자기 그 모터보트가 냅다 나에게 돌진한다. 으아 이 무식한 놈들... 졸병은 아는체도 하지 말라는 거다.

 

3주차에는 페더링 기초란다. 이 무식한 놈들 또 얼마나 괴롭히려나.

아니나 다를까 100kg 가 넘는 고무보트를 분대별로 머리위에 메고 바다로 가는게 아니고 동산 위 나무 돌아 선착순을 시킨다. 1주차에는 등짝을 다 벗겨놓더니, 이번에는 정수리 부근 머리털을 다 뽑아버린다. 하기사 분대원들과 다리를 맞추어 뛰고, 선착순 하려 호흡을 같이 맞추는 훈련은 확실히 된다.

 

휴식시간에는 수중 기마전도 하고, 해병축구도 했다. 해병축구는 축구가 아니다. 앞으로 전진할 수만 있고, 손으로 잡아서 달려도 되고, 발로 차도 된다. 축구도 아니고, 럭비도 아니고, 여하튼 죽기살기다. 여기서는 뭐든지 경쟁과 협동이다. 같은 소대원끼리는 협동이고, 다른 소대원과는 경쟁이다. 유격훈련장에서의 교육방식과 같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선임들과도 유대감이 생겨난다.

 

4주차가 되어서야 영화에서나 보는 수중 침투를 위한 페더링 훈련이 시작되었다. 제법 틀이 나온다. 위장하고, 완전무장하고 분대원들과 함께 페더링하다 보니 어언 훈련기간이 다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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