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사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역
누군가는 떠나고
우리 앞엔 아주 짧은 햇빛이 놓여 있었네
바닥에 흩어진 빛들을 긁어 모아
어둠이 스며든 말들을 부러 써내지 않았네
그저 날개를 쉬러 돌아가는 새들을 따라
어디선가 바람이 한 줄 역 안으로 도착했네
당신은 서둘러 올라타느라
주워 전해줄 틈도 없이 역은 지워졌다네
이름에 묻은 흙을 털어내면서
이 작품은 제3회 김종삼 문학상 수상작이다. 필자의 대학원 석사 논문이 김종삼론이었다. 세월이 오래 지나 이젠 부제목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는다.
김종삼 하면, 소주를 좋아하여 명을 단축한 일화도 유명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시어의 구사가 강하게 기억된다. 김종삼은 말하기보다는 보여주기에 탁월함이 있으며 시어의 미적 부림이 뛰어난 시인이다. 이 시는 대체 김종삼의 어느 이름값에 걸맞은 것일까.
이 시는 제목에 집중해서 음의 유사성을 활용하고 있는 점이 재미있다. '저물녘'의 '녘'에서 '역'을 음성적으로 연상하고 그 단어들의 돗자리를 깔아 놓고 그 안에서 '이별'의 상황을 절묘하게 부리고 있다. 철저하게 '이별'을 역의 언어와 저물녘의 언어로 환산하는 집중을 보이고 있다.
이런 표현들은 삶에 대한 철학적 깊이의 메시지가 다소 부재한다 하더라도 이별을 저물녘과 역의 언어로 변이시켜 보여주는, 감각적 서정이 주는 감동이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시에 '김종삼 상'을 수여했으리라.
- 강준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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