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모의 詩로 세상열기]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안명옥)

김애령 기자 | 기사입력 2021/01/13 [16:30]

[강준모의 詩로 세상열기]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안명옥)

김애령 기자 | 입력 : 2021/01/13 [16:30]

 

▲ 시인은 급하게 남몰래 오줌 누는 일을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이라 인식한다. 그러니 오줌을 쏟아내면 몸은 환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밤의 어둠 속에다 어둠을 쏟아내는 일은 밤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 안명옥)

 

 라워라,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늦은밤
 집으로 돌아간다 참지 못할 만큼 오줌이 마려워
 걸음이 평소보다 급하다 오줌 마려운 것이,
 나를 이렇게 다급하게 집 쪽으로 몰고가는 힘이라니!
 오줌이 마렵지 않았다면 밤 풍경을 어루만지며
 낮엔 느낄 수 없는 밤의 물컹한 살을 한 웅큼
 움켜쥐며 걸었을 것을 아니 내 눈길이
 보이지 않을 어둠의 저 편, 그 너머까지
 탐색했을 지도 모를 것을
 지금 내게 가장 급한 것은 오줌을 누는 일
 지나가는 사람들 없는 사이
 무릎까지 바지를 끌어내리고 오줌을 눈다
 오줌을 누는 것은 대지와의 정사 혹은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
 그리하여 다시 오줌이 마려오는 순간이 오기까지
 내 속이 잠시나마 환해지는 일
 변기 아닌, 아파트 단지의 구석에 쭈그려 앉아
 몰래 오줌을 누는 일이
 일탈의 쾌감이 내(川)를 이뤄
 이렇듯 밤의 대지를 뜨겁게 적실 수 있다니,
 어둠 속에서 남몰래 오줌을 누는 밤
 내 엉덩이가 달이 되어 공중으로 둥둥 떠오른다

 (시집 [칼] <천년의 시작, 2008>)


 시평 (詩評)

 이 시가 시일 수 있고 좋은 시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시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호프집에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줌이 급해서 아파트 단지 구석진 곳에서 남몰래 잠깐 실례한 내용이다. 화자는 여자이므로 남자보다 약간의 시간을 더 소비했으리라.

 

 만약 이 정도 팩트의 기록이라면, 독자는 아주 급하면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뒤적거리면서 수긍을 할 수 있다. 그 정도로 감상은 끝이다. 경비원에게 걸리지 않으면 사소한 이야기의 기록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런데 시인은 시가 요구하는 차원으로 그 사건을 끌어올린다. 그것은 일상적인 오줌 누는 일에 대한 천착과 새로운 상상력의 개입이다. 시인은 급하게 남몰래 오줌 누는 일을 "내 속의 어둠을 함께 쏟아내는 일"이라 인식한다. 그러니 오줌을 쏟아내면 몸은 환해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밤의 어둠 속에다 어둠을 쏟아내는 일은 밤의 일원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밤의 어둠 속에다 어둠을 쏟아내면 오히려 몸은 환해진다. 낮에는 해 볼 수 없는 일이다. 이쯤 되면 오줌은 "대지를 뜨겁게 적시는 내(川)"로 승격될 수 있다. 그리고 어둠을 쏟아내 환해진 몸은 달이 되어 둥둥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독자는 이 시를 읽고 자신의 경험 주머니를 뒤적이며 달이 되는 몸을 순간 경험한다. 시는 이렇듯 우리에게 가끔 두통약을 제공한다. 통증으로 다급한 우리의 마음을 둥둥 떠오르게 한다.

 

 - 강준모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7년 [창작21] 신인상 등단. 시집 <오래된 습관> 공동작품집 <발톱을 깎다> <수상한 가족사> <드문드문 꽃> . 창작21작가회 사무국장. 현재 경희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재직 중.

 

 



 

 

30년간 고등학교에서 윤리교사로 교육활동을 한 후 명퇴하고, 지금은 그 동안의 교육활동을 성찰하며 교육의 공공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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