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다. 이렇게까지는 오랜 세월이 흐른 것이다. 굴곡이 생기기까지는 숱한 어려움과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이 짧은 시의 행간 속에서 그것들을 읽는다. (본문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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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부러지다 (이재무)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고
해안선은 바닷물이 구부린 것이고
능선은 시간이 구부린 것이고
처마는 목수가 구부린 것이고
오솔길은 길손들이 구부린 것이고
내 마음은 네가 구부린 것이다
(시집 <데스밸리에서 죽다> 中에서 )
시평(詩評)
옛말에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집을 나간 말과 집을 들어온 말에 어찌 좋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가. 이 사자성어를 되새겨보면 좋은 일이 안 좋은 일이 되고 안 좋은 일이 좋은 일이 되곤 한다. 일에 대한 생각은 내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 퇴임이 2년 반 남아 있다. 작년에 비담임으로 안전생활부 일을 하다가 올해 다시 고 3학년 담임을 신청해서 이 일을 하기로 했다. 주변 동료들은 좀 의아해하는 표정들이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구태여 신경을 많이 쓰는 일을 하느냐 하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나는 삼 학년이 좋다. 꼭 일의 성과가 분명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과 바삐 입시에 씨름하다 보면, 시간도 빨리 지나고 잡념이 없어 좋다. 그렇다고 내가 맡았던 안전생활부의 학교 폭력, 안전 일이 한가로운 것은 아니다. 일의 성향 상 3학년 담임 일을 더 선호하는 듯하다.
다행히 이 나이에 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겨 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것이 나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좋을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이 네 개의 한자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얼마나 효율적인 마음의 관리법이 아닌가.
"강은 강물이 구부린 것"이다. 이렇게까지는 오랜 세월이 흐른 것이다. 굴곡이 생기기까지는 숱한 어려움과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이 짧은 시의 행간 속에서 그것들을 읽는다. 이 공간은 어느 장르로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적 사유의 공간이다. 지금 이 시를 읽으며 내 마음속 "구부린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 강준모 시인 1961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및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7년 [창작21] 신인상 등단. 시집 <오래된 습관> 공동작품집 <발톱을 깎다> <수상한 가족사> <드문드문 꽃> . 창작21작가회 사무국장. 현재 경희여자고등학교 국어 교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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