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명선의 교육칼럼] '혁신학교를 시작하며'

손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0/09/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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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명선의 교육칼럼] '혁신학교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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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9/2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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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신설된 학교는 모두 교육감 지정 혁신학교로 출발했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 2011년 새학교

 지난 10여년간 혁신학교 운동의 한 길에서 이런저런 모색을 해보았었다.

 

눈 쌓인 들판을 걸을지라도
어지러이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뒤따르는 사람의 길이 되느니라.
                   -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1604) -

 

걸어온 길이 회의가 되지 않고 성찰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1년 신설된 학교는 모두 교육감 지정 혁신학교로 출발했었다.

 

그 해 신설학교는 모두 교육감 지정 혁신학교로 출발하였다. 곽노현교육감의 혁신학교 정책에 의해 교육감 지정 혁신학교로 지정하고, 그 일을 하겠다는 교사들이 전입희망을 했다. 유일하게 우리 학교는 개교와 함께 지정받지 못했다. 혁신학교를 하기 위하여 전입할 교사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로 지정받을 줄 알고 새학교를 신청한 4명의 교사들은 마무리공사가 진행 중인 냉냉한 학교건물에서 개교업무를 했다. 이는 신설학교 희망교사들은 누구나 그전 방학은 없는 것이다. 학교를 완공하고 개설 하는 것이 아니고, 입학식 하루 전날 혹은 당일 아침에 청소를 하면서 간신히 완공을 하는 일정이 계속 되기 때문이다.

 

개설학교 할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늘 설문을 받기는 한다. 개선 사항을 적어달라고 하면 '완공을 방학 전에 해서 개설업무 교사들이 화장실이나 냉난방이라도 하며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해도 그 후로도 개설학교 업무를 하는 교사들이 같은 불편을 겪기는 마찬가지였으니 일정 조정에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런 명백한 시정 사항이 안 지켜지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일반학교 공모처럼 2학기 공모에 혁신학교를 신청하기로 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부응하면서 선생님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을까 고심했다. '그래, 우리가 먼저 모두가 기피한다는 6학년을 다함께 신청하여 먼저 한번 혁신학년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6학년을 하겠다고 하면 기피학년이니 우리 4명은 동학년으로 다 모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6학년에 우리 4명과 2명의 교사가 더 들어오게 되었다.

 

6학년 예정 교사들은 혁신학교 공부가 시급했다. 마음은 지난 연수때 받은 감동으로 충만하였으나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혁신학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먼저 시작한 이웃 경기도 혁신학교를 무작정 방문하기로 했다. 그 학교 연구부장은 전화를 건 우리들을 친절히 맞아주시고 교장선생님도 뵙게 해주고 6학년선생님을 소개해 주었다.


소개받은 젊은 6학년 교사는 교육과정 재구성하는 방법과 왜 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우리들은 처음 보는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저렇게 하면 정말 재미있게 수업하고 아이들도 좋아하겠다고 생각했다.

 

▲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이 이채로워 보인다.     ©손명선 기자

 

2월에 6학년 교육과정재구성 작업을 처음으로 해보았다. 후배교사들도 처음이면서 신선한 발상과 의미있는 교육으로 과감하게 재구성을 시도했다. 이제까지 한번도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 그냥 전해오는 진도표와 시정표를 보며 대충 맞추어가던 교육과정에서 계절을 생각하고 인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자료들을 구상하면서 실제로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아이들과 함께 구성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서울 여기저기에서 이사올 아이들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준비를 하였다.

 

너무나 신나고 즐거웠다. 자발성과 자율성으로 학년을 운영하는 우리는 6학년을 하면서도 너무나 즐거웠고 다가오는 새학년이 설레었다. 그때 나는 29년차 교사였는데 학교에 다니면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함께 동학년을 하게된 친구도 '교사 30년 생활에 이런 느낌 처음이야. 진짜 선생된 느낌이야!' 라며 혁신학교 시작하길 잘했다며 기뻐했다.

 

인간사 어려움의 대부분은 관계에서 일어난다던가? 나는 개설 당시 교무부장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2011년 2월 혁신학교 심화연수가 연수원에서 집합연수로 있었다. 기본연수를 2010년 7월에 듣고 감동하여 혁신학교를 지원하게 된 것이니 나에겐 심화연수가 절절했다. 혁신학교에 대해 더많이 알아야 했던 나는 거길 안 갈 수가 없었다.

 

2주간 오전에는 학교 근무를 하고 오후에는 방배동 연수원으로 가서 저녁 6시까지 연수를 받았다. 그런데 나의 몸의 고달픔도 문제지만 학교에서 특히 교감이 싫어했다.

 

교감으로서는 예전부터 해오던 교무일이란 하루 종일 교감을 보좌하며 교장을 모시고 붙어 있어야 하는데 연수 받는다고 덜컥 나가버리니 심기가 불편했을 것 같다. 그이도 나름 젊은 장학사 출신으로 인맥과 열정이 대단한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혁신학교를 누가 한다고 하니 위기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 당시는 곽노현교육감이 당선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이라 정책에 대해 반발심이 있던 관료들이 포진해 있고,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가 심해서 현장에서 부딪치는 시절이었다.

 

내가 보기엔 말이 개설 업무이지 그렇게 하루종일 할일도 없었다. 매캐한 석유난로를 켠 좁은 공간에서 8명이 앉아 바쁘게 일할 건 두어시간이면 충분하고, 때로는 일이 하나도 없는 날도 있으니 연수를 듣고 향후 학교 계획에 도움이 되는 게 더 낫겠다 싶었다. 물건 주문은 선택을 하면 행정실에서 구입했고, 다 일을 나누어 하고 있었다. 더구나 나는 교육과정을 작성해야 하는 연구부장도 아니고 교무라 입학, 전입 관련 교무업무 일은 아직 시작도 안했던 것이다.

 

어려움은 교감과의 관계가 직접적이었지만 그를 무시할 수 없는 교장, 교사들의 동조였다. 지나놓고 보면 별 일 아니고, 유연하게 풀 수도 있었을까 싶지만 직접 부딪친 당시는 첨예하고 양보가 없었다. 나는 나대로 절박하게 혁신학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교감은 교감대로 뭔가 생각이 있었겠지만 내가 모르니 내 입장에선 사사건건 방해하는 방해자였던 것이다. 그 일은 그가 교감으로 3년 있는 동안 내내 지속되었고, 그 뒤는 우리가 동력이 떨어져서 수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나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지경이었다.

 

물론 우리들을 지지하는 교사들도 많았지만, 같은 교사이면서 "교감선생님 힘들게 그러지 마~" 라는 소리도 들었다. 세상에 절대악과 절대선이 없듯이 우리가 서로의 합의점을 찾아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더라면 좋아졌을까? 나는 어느날 4장의 A4 편지를 써서 보낸 적도 있었지만 답장도 받지 못했다.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선배인 것을 떠나 사람의 성의에 대해 오만하다고 생각했다. 교감으로서의 어떤 힘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교무실에서 소외당해 갔고, 점수가 시급한 후배부장들이 공정하지 않은 일인데도 교감에게 한 마디도 못하는 것도 보았다.

 

혁신학교 이야기를 시작하며 교감과의 갈등을 말하다니...참 어색하지만 이 일은 교감일 수도 있고, 교장일 수도 있고, 옆반 선생님일 수도 있다. 실제로 혁신학교 공모 심사를 다녀 보면 이런 경우가 참 많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만나게 되는 사람과의 관계일 것이다.

 

같은 직종이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잘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변혁을 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친해진 다음에 무슨 일을 하라고 하는데 친해질 시간도 별로 없고, 어린 나이도 아니라 지나온 세월이 첩첩인데 어떤 생각들로 살아왔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꿈이나 있는지, 어떻게 맞추어 나갈 것인가? 솔직히 사람들이 서로 친해지기가 쉬운가? 마음에 맞는 사람이어야 하고, 취향이 비슷해야 하고, 호감도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은가?


그럼 어떻게 우리는 생각을 맞추고 변혁을 꿈꿀 수 있을까. 이것이 나의 과제가 되었다.

 

손명선 기자는 38년간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 혁신학교 운동에 동참했다. 세상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지금 해야 할 일들을 벗들과 함께 찾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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