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우택 칼럼] '눈사람'

노웅희 대표기자 | 기사입력 2021/02/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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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택 칼럼] '눈사람'
노웅희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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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02/16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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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다투면서도 솜처럼 깨끗하고 작은 눈덩이 사랑은 세월 속에서 구르고 있었다. (본문 中)


 [ 눈사람 ]

40년 전 아내를 만나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그 사랑을 마음속에 간직했다. 만나서 지금까지 우리 두 사람은 결코 똑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생각이 다르면 때로 부딪히곤 했다. 논쟁을 하기도 하고 아들 방에 가서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내를 미워하거나 사랑이 작아진 것은 아니었다. 아내와 다투면서도 솜처럼 깨끗하고 작은 눈덩이 사랑은 세월 속에서 구르고 있었다. 흙이 묻기도 하고 돌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눈덩이는 갈수록 커져 갔다. 그 눈덩이를 둘이서 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당신의 눈과 이마에 나의 입술을 붙여 마음을 전하곤 하였다.

 

그렇게 지나온 세월이 어느덧 40년이 되었다. 지금도 20대 중반의 사랑을 나는 잃어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사랑은 눈덩이처럼 커져서 추운 겨울에도 웃는 얼굴을 하고 내 마음의 눈밭에 서 있다. 아내가 잠들어 있을 때 나는 아내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사랑을 부르기도 한다. 잠을 자던 아내는 숨소리를 멈추고 손가락을 꿈틀거리며 나의 손을 잡는다.

 

우리의 사랑은 40년전보다 결코 식지 않았다. 그 당시에 우리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다면 지금은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이런 사랑을 나누고 누릴 수 있는 힘은 아내의 사랑과 믿음, 인내와 소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나도 함께 그 길 위에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나의 두 아들도 아빠처럼 아니 나보다 더 큰 사랑의 눈덩이를 굴려 40년 후 우리 두 사람에게 보란듯이 자랑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임우택 - 교육운동가(퇴직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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